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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의 한 보충대에 대기 상태로 입대를 한 나는 만감에 사로잡혀 창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의정부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들이 쉴새없이 오가고 있었다.
저 차를 타면 바로 집에 갈 수 있을텐데...

지금 내가 군에 들어온거 많나? 하는 생각도 든다.
첫날이긴 하지만 보충대 생활이 너무 느슨하다.
간단한 입소식과 함께 내무반에 배치를 받아 기본 물품을 지급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소지했던 것과 입고 있던 옷가지들을 가지런하게 담아 집으로 보내는 작업도 했다.
그리고 자기 바지에 부모님께 편지를 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군 생활 열심히 하고 돌아오겠다며 '사랑합니다'란 말을 부모님께 처음으로 써본다.
청바지 편지지에 말이다
어머니는 그 청바지를 부여잡고 연신 우셨다고 한다.
누가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을 그리 마음 아프게 만드는 것일까?

큰 일 없이 이래저래 하루 일과가 정리가 되고 저녁 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심하게 허기져 있었터라 식사 시간이 그렇게 반가울 줄 몰핬다.
하지만 군대밥은 완전 X밥이라고 했는데...
정말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먹지 못하게 나오는 걸까?
식당 앞에서 몇 분간 대기 후 식당안으로 들어가 배식대 앞에 섰다.
그때 내 콧 속으로 심하게 빨려 들어오는 냄새.
바로 군대 짬밥 냄새.
그동안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나?
오래된 쌀로 밥을 하면 밥에서 퀴퀴한 내가 나는데, 그런 냄새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밥엔 보리가 엄청 많았다.
소화는 잘 되겠군...^^
군 입대 후 첫 번째 짬을 받은 나는 참으로 걱정스러웠다.
이런 밥을 30개월 동안 어떻게 먹으란 거지?
그리 오래 식당에 앉아 있지 못했다.
바로 식기를 들고 일어서서 내 정량을 잔밥통에 모두 버렸다.
그 보충대에선 밥을 억지로 먹으라던가 남기면 얼차려를 준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비교적 자유스러운 분위기 였다.
보충대에서의 첫 날 밤, 잠이 올리가 없다.
집에는 가고 싶지, 배는 고파 꼬르륵 소리는 나지...
처음 군대밥을 쓰레기통에 넣은 것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이미지출처 : CJ 생활속의 이야기


그렇게 먹기 힘들었던 밥이 었던가?
아님 내 입맛이 까다로웠던가?
아마도 후자쪽에 가까웠던것 아닌가 싶다.
군 입대 전에 광화문 햄버거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 맛 있었던 햄버거에, 밀크쉐이크, 닭튀김등 맛 있었던 음식만 먹었던 내가 갑자기 군이란 곳에 들어와 완전 보리밥을 대하게 되니 입에 들어갈리가 없었다.
이젠 나도 진짜 남자로 바뀔 수 있을까?
마냥 철부지에서 좀 더 의젓한 사내 대장부로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다 잡아 보긴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 절 돌봐 주세요'란 말이 입으로 흘러 나오는 걸 보니 앞으로의 군 생활이 걱정되긴 했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고...
이렇게 저렇게 보충대 생활은 끝나고 경기도 양평의 기계화 보병 사단으로 6주간 신병 훈련 받으러 떠나게 되었다.

보충대에 있던 조교들이 한 마디씩 한다.
'양평에 끌려 가는 눔들 고생좀 할끼다. 낄낄낄...'
그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하지만 가슴을 진정 시킬 수가 없었다.
양평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완전 비몽사몽이었으니까.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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