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도 싫은 훈련병 신고식. 지금도 그때의 신고식을 떠올리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머리가 하얘진다란 말이 실감나는 그런 신고식이었다. 물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 버린다는 건 아니다. 머리속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 것 같은,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 그런 상태. 여러분들은 겪어 보았는가? 100여명의 까까머리 훈련병들이 군기가 바짝든 상태로 군대 침상위에 서 있었다. 그때 내무반장이 '목소리 큰 눔 나와'란 명령에 아무 생각없이 블루팡오 나서게 되었고, 정말 목소리가 컸는지 신병을 통솔할 수 있는 중대향도란 자리에 섰다. 으이구~~ 그 중대향도...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아뭏튼 신병 훈련소에 왔으니 처음 준비하는 것이 신고식이렸다. 그 신고식 별거 아니지만 그땐 왜 이리 힘들었는..
의정부의 보충대는 완전 휴양소. 양평 기계화 보병 사단은 완전 지옥. 의정부에서 우릴 배웅하는 보충대 장병들이 '니그들 고생 쬐께 하겠다'라며 킥킥 거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래도 블루팡오는 운동 좀 했었다고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까짓거 힘들어 봤자~~~' 의정부 보충대 훈병들 양평역 도착하다. 어디선가 누군가의(잠시 짱가 가사를..이 노래 젊은 분들은 아시나요?) 부름을 받았는지 빨간 모자를 쓴 엉아들이 기차역에 마중나와선 기차 화통 삶아 먹은 소리로 '느그들 동작이 그게 뭐냐? 빨리 기차에서 안 튀여 내려? 엉?' 한다. 엥? 기차에서 튀어 내리라고? 한 순간 고민한다. 기차에서 어떻게 튀어 내려야 하나. 통통 거리며 튀어 나가야 하는건가? 뭔 농담도 저리 살벌하게 소리를 지르며 한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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