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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주사 한번에 세대를 맞고 몽롱한 기운으로 양평에 가는 열차에 타고 있는 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왜냐하면 난 군 시절을 화려하게 보낼 수 있다는 상상에 들떠 있었기 때문이다.
음화화화화... 너무 기분 좋다....
난 서울에서 머리도 기르고 사복을 입고 권총 차고 다니며 폼생폼사 군생활 한다...
주사 기운에 맛이 간 상태에서도 그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블루팡오가 의정부 보충대에서 대기 생활을 할때 수방사에서 신병을 착출하러 나왔다.
처음 예비명단에 블루팡오가 끼어 있었다.
수방사가 뭔지 잘 몰랐다.
수방사 요원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어떤 분은 그야말로 멋지기 이루말할 수 없었다.
베지색 반팔의 상의와 베지색 군복, 그리고 번쩍 거리는 군화, 그리고 선그라스까지...

▲ 수방사 하복 상의, 이 사진은 글과 관련이 별로 없슴.

이미지 출처 : 육군군복

와~ 저 사람이 대한민국 군인 맞아?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땐 그 모습이 왜 이리 멋졌는지.
그 선그라스를 낀 군인은 '수방사 요원에 선발이 되면 기본 교육 과정을 마치고 서울에서 군 복무를 하게 된다.'란 말에 정신이 버쩍 들었다.
그럼 난, 전방으로 배치되지 않고 서울에서 저 분 같은 복장을 하고 군 생활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순간 너무 좋았다...
하지만 대기병 수백명중에 수방사 요원은 고작 30여명을 뽑는단다.
왠지 자신없었지만 그당시 한창 운동을 했었기에 몸에 대해서 만은 자신이 있었다.
분명 난 저 곳에 가서 근무할 수 있다라고 머리속에 주문을 외웠다. 비비디 바비디 부...
무사히 일차 면접에 합격하고 이차면접에 들어갔다.
이차면접은 가족 관계등을 면접관에게 아주 간략하게 큰 소리로 소개하는 비교적 간단한 절차였다.
면접관은 요령을 알려주고 차례대로 소개를 받는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 부대에 꼭 들어가야만 하는 블루팡오는 좋지도 않은 머리로 열심히 연습했다.
어찌되었건 아주 간략하게 소개를 참 잘했다. ^^
 순간 되었다라고 감을 잡았고, 수백명 중에 30여명 착출병으로 선발이 되었다.
'야호~~ 블루팡오 군 생활 완죤 장미빛이다.'
기분 좋게 내무반에 들어와 보니 지급 받은 내 군화가 사라졌다.
이런~~불길한 징조...
구석에 버려진 군화를 찾았지만 내 발에 적은 군화였다.
내무반장에게 이야기 했더니, '임마! 여긴 군대야, 그냥 군화에 맞춰 신어.'
허걱~~
지금도 블루팡오 엄지 발가락 시작되는 마디의 뼈가 유난히 불거져 있다.
30개월 동안 작은 군화를 신고 뛰어 다녔기 때문이다.ㅠㅠ

아뭏튼 블루팡오는 서울에서 군 복무를 하며 사복을 입고 권총차고 근무를 선다는 기분에 예방주사 세대 맞고 뿅간 상태에서 너무 기분 좋게 기차를 타고 양평 기계화 보병 사단으로 가고 있었다.

아! 양평 기계화 보병 사단...
블루팡오의 눈물의 군 생활이 드디어 시작된다.ㅠㅠ





이 글은 국방부 블로그인 동고동락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