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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대상포진 때문에 한국에 급히 갔습니다.

아주 중병은 아니지만 통증이 극심했습니다.

대상포진이 있으신 분은 아시지요? 얼마나 통증이 심한지..

잠을 자다가 제가 뒤척거려 아내를 살짝 스치기만 해도 아내는 '아야야' 비명을 지릅니다.

개인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약 처방을 받아 몇 일 약을 먹어 보지만 큰 차도는 없고요, 약만 일주일치가 10만원 정도드니, 이러다가 약값으로 비행기 값 다 날리겠다란 생각이 들어,몇 일 지켜보다가 이 기회에 종합검진 받자는 마음으로 한국행을 결심했습니다.

바누아투에 살면서 불편한 점이 몇 가지 있지만 가장 큰 불편함은 병원입니다.

간단한 치료는 이곳에서도 문제 없습니다만 정밀검사 요구하는 병이나 기타 대상포진등은 바누아투에서는 전혀 손 댈 수가 없슶니다.

많이 아프면 어쩔 수 없이 한국에 가야 합니다.

몇 일 뒤면 바누아투의 국립병원 정도 되는 병원이 신축을 하여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건물은 일본이 지어주는데, 건물 안에 장비는 지원을 해 주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의료 수준이 너무도 열악한 바누아투입니다.


신축중인 바누아투 Port Vila Centre Hospital

아뭏튼 아내가 한국에 가고, 저와 아들, 딸이 남아 있습니다.

당장 문제는 먹거리네요.

제가 엉망진창 요리사로 요리엔 좀 일가견?이 있지만만, 아내가 하던 일들을 해야 하니 보통 큰 일이 아니네요.

그리고 큰 냉장고가 고장이 나서 작은 냉장고로 인해 김치도 조금씩 해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문제.

 아내가 해 놓고 간 김치가 벌써 떨어져서 아침부터 김치 거리를 장만하러 시장에 갔습니다.

그동안 뽀뽀 김치만 해 먹다가 질려서 중국배추 김치를 해 먹었는데,오늘 가보니 그런대로 먹을 만한 무우가 나와 설렁탕 집 깎두기를 만들어 먹기로 했습니다.

오늘 곰탕 끓이고, 깍두기 담구고, 하루종일 걸렸습니다.

아내의 일이 얼마나 고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바누아투 무우는 총각무 처럼 작습니다. 네개 짜리 한 묶음이 200바투 네 단을 샀고요, 쪽파 처럼 생긴 조그만 파 한단이 100바투, 큼지막한 생각 한 덩이 100바투.

오늘 이 것으로 설렁탕집 깎두기를 만들고 파 송송 썰어 넣은 푸욱 곤 곰탕국을 만들어 먹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 메뉴로 일주일간 먹을 듯...


파 엮은 것을 보면, 야자 열매 잎을 가늘게 잘라 묶었는데요, 바누아투 사람들의 생활의 지혜가 엿보입니다.


간단한 작업부터 시작 합니다. 파 송송 썰어넣고, 뿌리는 잘라서 심을 것입니다.

자란 파는 라면 먹을 때 넣으면 최고지요. 그런데 뿌리를 너무 바투 자른것 같다는...


어제 갈비살과 정갱이 살을 사다가 푸욱 삶고 있는 중입니다. 기름이 많아 한번 삶아 식혀서 굳게 굳은 기름을 완전히 걷어내면 단백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갈비살과 정갱이 살 1.5kg을 샀는데, 만삼천원들었습니다.



뼈가 있는 부위를 좋아하는 딸에겐 갈비를 넣고, 살을 좋아하는 아들은 살만, 전 고기라면 다 좋아하는 터라 큰일꾼 큰대접으로...

이젠 설렁탕집 깎두기 시작합니다. 레시피는 '김진옥 요리가 좋다' 님 블로그를 참조했습니다.



굵은 소금이 없어서 가는 소금으로 재놓고, 깍두기 양념장을 만들었습니다. 우유가 없어서 빼놓고 했더니 너무 빡빡하게 되었네요. 물을 넣을까 하다가 그냥 패스...



파 썰어 놓은 것과 깨끗하게 씻은 무우를 혼합하고 고추가루로 색을 냅니다. 레시피 대로는 잘 합니다. 양을 엉망진창으로 해서 문제지요. 그리고 장을 넣고 써억써억 버무립니다.



아빠의 엉망진창 요리사의 설렁탕집 깎두기 완성...뭐, 그런대로 보기도 괜찮고 맛은 상상하시고요...


잔뜩 만들어 놓고 나니 든든합니다. 

이 정도면 우리 셋이 한 달 정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아내 올때까지 한 번만 더 담그면 되겠다.^^

오늘 18,000원 들여서 이 정도 먹거리 준비해 놓았으면 최고죠?

그나저나 냉장고가 적어서 어디다 보관하나 걱정도 됩니다....

아뭏튼 마무리를 잘해야 하니 마지막 레시피까지 꼼꼼하게 살핍니다.

그런데...


이미지 캡쳐  '김진옥 요리가 좋다' 님 블로그

헐, 금방 물러지니 많이 담지 말랍니다...ㅠㅠ